[건강(Health)]버려지는 것들의 반란: 고구마순 잎이 던지는 질문

yunokkim(viator2912)
2025-09-17
조회수 140

할머니집 뒷마당에서 고구마를 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땅 속에서 나온 고구마에만 온 관심이 쏠린 채, 무성했던 잎과 줄기들은 관심이 없었다. 나물 해 먹으면 맛있다며 그날 저녁 된장에 무친 나물을 뚝딱 만들어 주셨던 할머니... 그땐 그 음식이 왜그리 못마땅했을까? 

그런데 이제 그 관심 밖의 고구마순 잎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정말 나를 그냥 버릴 거야?"




20%의 악력, 41%의 근육 증가가 말하는 것

농촌진흥청의 최근 연구 결과는 놀랍다. 국산 고구마 품종 '통채루'의 잎과 줄기 추출물을 투여받은 실험 동물들의 악력이 20% 향상되고, 근육 단면적이 최대 41%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이 추출물이 근육 분해는 억제하고 근육 생성은 촉진하는 '이중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 수치들이 단순한 실험실 데이터를 넘어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 때문이다.



2025년, 근감소증이라는 조용한 위협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이미 19%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20%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근감소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근감소증은 단순히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낙상, 골절, 심지어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근력 개선을 위해 우리가 찾았던 해답은 대부분 비싸고 복잡하다. 값비싼 단백질 보충제, 첨단 운동기구, 수입 건강식품들 말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발밑에, 아니 우리가 매년 버리는 농산물 폐기물 속에 답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당신의 텃밭에 숨어있는 보물

"우리 집 베란다 고구마도 가능할까?" 실제로 '통채루'는 잎과 줄기를 채소로 먹기 위해 개발된 품종이다. 즉, 우리가 기르는 고구마의 잎과 줄기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뜻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연구가 보여주는 철학이다. 버려지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순환 경제의 실현이자,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완전한 선물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다.



오미자를 뛰어넘은 토종의 힘

연구진은 양성 대조군으로 오미자 추출물을 사용했다. 오미자는 이미 근력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은 개별 인정 원료다. 그런데 고구마 잎줄기 추출물이 오미자와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는 것은 우리 토종 작물의 숨겨진 힘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왜 우리는 항상 멀리서 답을 찾으려 했을까? 수입 슈퍼푸드에 열광하면서 정작 우리 땅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가능성은 간과하지 않았나?


작은 변화가 만드는 새로운 가능성

당장 고구마 잎으로 만든 건강 보조제가 시장에 나오길 기다릴 필요는 없다. 지금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고구마순 나물을 식탁에 올리거나, 텃밭을 가꾸는 이웃과 잎줄기를 나눠 먹는 것만으로도 시작이다.

더 나아가 이런 연구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해보자. 우리 주변의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다시 보는 눈을 기르는 것. 그것이 개인의 건강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버려지는 것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고구마 잎과 줄기의 발견은 시작에 불과하다. 당근잎, 무청, 브로콜리 줄기... 우리가 습관적으로 버려온 것들 속에 얼마나 많은 보물이 숨어있을까?

중요한 건 이런 발견이 단순히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음식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며, 우리 전통 지식을 과학으로 증명하는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할머니가 "나물 해 먹으면 맛있어"라고 하셨을 때, 그 속에 이미 과학이 있었다. 이제 우리가 그 지혜를 제대로 알아볼 차례다.

고구마를 캘 때 잎과 줄기를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그 속에서 당신만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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