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건의 정보를 접한다. 스마트폰 알림창을 열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 SNS에서 전문가들의 의견, ChatGPT가 제공하는 즉각적인 답변까지. 이처럼 지식의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판단은 오히려 왜곡되기 쉬워졌다.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1999년 코넬대학교의 연구진이 발견한 이 현상은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실험에서 하위 25% 그룹은 자신의 실력을 상위 62%로 착각했다. 반면 상위 그룹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이는 무지가 자신감을 낳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순간에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가?

첫째, 정보를 단편적으로 접할 때다. 최근 《네이처 인간 행동》지의 연구에 따르면, SNS 사용자의 75%가 제목만 읽고 콘텐츠를 공유한다. 깊이 있는 이해 없이 지식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둘째, AI가 제공하는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다. ChatGPT와 같은 AI 도구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때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이는 실제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표면적 정보만으로 해당 분야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순간이다.

셋째, 타인의 의견을 검증 없이 받아들일 때다.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쉽게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이해가 아닌, 단순한 모방에 그칠 수 있다.

2,400년 전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의 지(知)'는 AI 시대에 더욱 절실한 지혜가 되었다. 무한한 정보와 인공지능의 시대에 진정한 전문성을 키우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다. "나는 모른다"는 겸허한 고백이야말로 깊이 있는 학습과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자각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조직의 혁신에도 핵심이 된다. 무지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배움의, 그리고 혁신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

나의 '무지의 지(知)' 점검하기

□ 내가 가진 지식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가?

□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비판적 사고로 검증하는가?

□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학습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